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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기업 아닌 클 기업에 베팅해야"

작성일
2018-11-14 16:54
[조선일보 2018년 10월 30일 B2면]

240억 '방탄소년단 펀드' 만든 알펜루트운용 김항기 대표

지난 4월 큰손들이 거래하는 강남권 PB센터 사이에선 '방탄소년단(BTS) 펀드'가 뜨거운 화제였다. BTS가 소속된 기획사인 빅히트엔터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인데, 출시되자마자 순식간에 240억원이 몰리며 조기 완판됐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BTS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인 알펜루트자산운용에 쏠렸다. 대형 운용사는 내놓지 못한 신상품을 시장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형 회사가 선보였기 때문이다.


김항기 알펜루트자산운용 대표는 29일 본지와 인터뷰에서“남들이 좋다고 말하기 전에 베팅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김항기(44) 알펜루트운용 대표는 "주변에서 '잘되겠어?'라며 망설일 때, 이미 빅히트엔터에 주목했기 때문에 투자를 단행할 수 있었다"면서 "남들이 좋다고 말하기 전에 베팅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남들이 다 좋다고 말하는 기업은 이미 그런 가치가 주가에 반영되어 뒷북 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동부증권에서 스몰캡(중소기업)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렸고, 지난 2012년부터 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다.

각 분야에서 1등인 기업들이 알펜루트운용이 점찍은 투자처다. 신선식품 배송업체인 마켓컬리, 주차 서비스 벤처기업 파킹클라우드, 헬스클럽 체인인 새마을휘트니스, 상업시설 개발이 전문인 오버더디쉬, 낚싯배 예약업체인 물반고기반 등 모두 25개 기업에 달한다. 최근엔 카이스트 출신 졸업생 2명이 만든 농업 벤처기업인 만나CEA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지금 당장은 실적이 찍히지 않아도 낮은 금리와 남아도는 고정자산(빌딩 등)을 활용해서 부가가치를 만들면서 성장할 기업들이 투자 대상"이라고 말했다.



알펜루트운용은 자금을 굴려 수익을 올리는 것이 목표인 운용사이지만, 투자 대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단순히 물주와 투자 기업의 관계가 아니라, 투자 기업들끼리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중간에서 연결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알펜루트운용의 직원 절반은 사무실에 앉아 있지 않고, 투자 대상 기업에 출근해서 해당 기업 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우리가 투자한 최고 기업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서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짭니다. 그리고 그런 기업들의 진정한 가치가 발현될 때까지 장기 투자합니다."

알펜루트운용의 전략은 격변기를 맞이한 시장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운용 자산 규모가 1000억원 선에 그쳤지만, 큰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지금은 6800억원까지 커졌다. 대표 상품인 '몽블랑 4807' 펀드는 요동치는 장세에서도 양호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메자닌(주식·채권의 성격이 섞인 상품에 투자)과 비상장 주식 등에 주로 투자하는 이 펀드는 2016년 7월 헤지펀드 운용사 출범 후 나온 1호 상품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23%(26일 기준)인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8% 떨어졌다. 최악의 공포가 덮친 이달에도 3% 하락에 그쳤다. 코스피는 10월에만 13.5% 떨어졌다.

그는 향후 국내 주식 시장이 옆으로 기는 횡보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가 오르려면 물가가 올라야 하는데, 전 세계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신규 투자도 많지 않아서 물가 상승은 쉽게 나타나진 않을 것이란 예상에서다. 그는 미국이 향후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며, 한국 역시 금리를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는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인데, 확실한 1등 기업에 투자하면 불황기에도 나중에 올 호황을 기대하면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2월 7~8일 열리는 '2019 조선일보 재테크 박람회'에서 1등 기업을 고르는 안목과 비법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경은 기자]

기사원문: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406823